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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특별법, 국회 소위 통과
‘전세 사기 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된 지 25일 만에 첫 단계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22일 통과했다. 당초 정부 발의안과 비교하면 몇 가지 점이 달라졌다. 우선 피해 주택이 경·공매에서 낙찰됐을 경우, 피해자가 은행보다 먼저 돌려받을 수 있는 최우선변제금(서울 기준 최대 5500만원)을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빌려주기로 했다. 또 특별법을 적용받는 보증금 상한선도 당초 4억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피해자가 거주 중인 주택을 낙찰받기 원할 경우, 피해자들을 대신해 정부가 관련 업무를 대행해 주고, 비용도 70%를 지원하기로 했다.
여야는 지금껏 네 차례 소위를 열고 법안을 논의했지만 피해자 요건과 정부의 피해액 직접 보상 여부 등을 놓고 대립해왔다. 당초 정부는 수사 개시 등 전세 사기가 명확한 피해자에 대해서만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협상 과정에서 보증금 반환 의지가 없는 임대인에 의한 피해자로 대상이 확대됐다. 여야는 국토위 전체회의와 법사위 의결을 거쳐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특별법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여야가 22일 합의한 전세 사기 특별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최우선변제금 관련 사항이다.
최우선변제금은 소액 임차인이 살던 집이 경·공매로 넘어가도 은행 등 선순위 권리자보다 우선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현재 ‘소액 임차인’ 기준은 서울이 보증금 1억6500만원, 인천 등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이 1억4500만원이다. 그 밖의 지역은 7500만~8500만원이다. 소액 임차인에 해당할 경우 서울은 최대 5500만원, 인천 등 과밀억제권역은 4800만원, 광역시나 그 밖의 지역은 2500만~2800만원까지 선순위 권리자보다 먼저 돌려받을 수 있다.
전세 사기 피해자 중에는 처음 전세 계약 땐 ‘소액 임차인’ 기준에 해당했으나, 이후 갱신 과정에서 보증금을 올리는 바람에 기준을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최우선변제금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됐다. 정부는 이런 피해자에게도 최우선변제금을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빌려주기로 했다.
보증금에서 최우선변제금을 뺀 나머지 금액은 2억4000만원까지 1.2~2.1%의 금리로 빌려준다. 예컨대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하는 인천 미추홀구 피해자가 새로운 전셋집으로 이주하거나 기존 전세 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1억5000만원을 빌린다면 4800만원까지는 무이자로, 나머지 1억200만원은 1~2%대 금리로 빌릴 수 있는 것이다.
또 피해 임차인이 경매 실무 경험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경·공매 업무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도 특별법에 담겼다. 정부가 경·공매 대행 서비스 수수료를 70% 부담하고, 연간 5000건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피해자들은 수정안에 여전히 보증금 직접 지원이 빠져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전세 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빚에 빚 더하기로 책임을 오롯이 세입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는 특별법 적용 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 적용 대상 기준은 보증금 3억원 이하로 하되, 피해자지원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대 5억원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연립·다세대 전세 계약 중 98.4%가 보증금 5억원 이하다.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는 요건도 경·공매가 개시된 경우뿐만 아니라 임대인이 파산하거나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도 포함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안은 수사가 개시된 경우에만 전세 사기로 인정했으나, 특별법 최종안에선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는 임대인이 다수의 주택을 취득해 임대하고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경우에 대해서도 형법상 사기 여부와 무관하게 지원 대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기존 정부안에서 제외될 것으로 여겨졌던 동탄과 구리의 임차인들도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전세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신용 회복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최장 20년간 무이자로 분할 상환할 수 있게 된다. 성실 상환자는 20년간 연체 정보 등록이 면제된다. 피해자에 대한 경매 우선 매수권 부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임대 제공은 기존 안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피해자의 원활한 경·공매를 위해 임대인의 전체 세금 체납액을 개별 주택에 나누어 매기는 ‘조세채권 안분 시행’도 특별법에 명시했다.